창작오페라 ‘3과 2분의 1A’가 12월 19일부터 28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평일 오후 7시 30분, 주말과 공휴일 오후 4시에 공연되며 월요일은 쉰다. 전석 3만 원, 러닝타임은 180분이다. 이 작품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신데렐라 이야기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비틀며, 욕망이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운다.
이야기의 중심은 신데렐라가 아니다. 유리구두를 신지 못한 두 언니가 주인공이다. 작가 신성우는 “이 작품은 성공한 한 사람보다, 선택받지 못한 다수의 이야기”라고 말한다. 그는 “욕망은 지금의 나에게 결핍을 느끼는 순간 시작되는데, 그 결핍이 쌓이면 결국 자기 부정으로 이어진다”며 “두 언니는 그 과정의 끝에 서 있는 인물들”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은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은 이루지 못한 욕망인가, 지금의 내 모습인가’라는 질문을 끝까지 놓지 않는다.
두 언니 역은 메조소프라노 강연희와 한지혜가 맡는다. 두 성악가는 질투와 좌절, 집착이 뒤엉킨 감정을 무대 위에 밀도 있게 쌓아 올리며 극의 중심을 이끈다. 동생 역은 소프라노 이진영과 박현아가 맡아 언니들과 대비되는 존재로 등장한다. 이들의 맑은 음색은 욕망의 중심과 주변을 동시에 비추며, 이야기의 균열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엄마 역에는 메조소프라노 서미선과 김은혜가 캐스팅됐다. 엄마는 딸들에게 욕망을 포기하지 말라고 강요하는 인물로, 작가와 연출은 이 캐릭터를 개인이 아닌 사회적 압박의 상징으로 설정했다. 바리톤 이병욱과 백진호가 연기하는 신하 역시 단순한 전달자가 아니다. 그는 왕자의 선택이라는 냉정한 기준을 들고 다니며, 욕망이 작동하는 구조를 무대 위에 드러낸다.
이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신데렐라와 왕자가 노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데렐라는 발레리나 강혜림이, 왕자는 발레리노 서보권이 맡아 말 대신 몸으로 이상화된 욕망의 대상을 형상화한다. 연출을 맡은 김관은 “이룰 수 없는 것은 언제나 말이 없다”며 “그래서 신데렐라와 왕자를 이미지로만 존재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작품은 해피엔딩을 주기보다, 왜 우리가 해피엔딩에 집착하는지를 묻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음악은 이 무거운 이야기를 의외로 편안하게 끌고 간다. 작곡가 양상진은 “오페라가 어렵다는 인식을 깨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좋아하는 많은 음악이 사실 오페라에서 왔다”며 “영화를 보듯 자연스럽게 감상할 수 있는 음악을 목표로 했다”고 밝혔다. 작품은 피아노의 울림으로 시작해, 욕망이 커질수록 박자와 화성이 점점 불안해지며 극의 흐름을 따라간다.
‘3과 2분의 1A’는 동화를 빌려왔지만, 결코 동화처럼 끝나지 않는다. 발에 맞지 않는 구두를 향한 집착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겹쳐지고, 욕망을 포기하지 말라는 말은 오히려 더 잔혹하게 들린다. 이 작품은 오페라라는 장르가 여전히 지금의 이야기를 할 수 있음을, 그리고 그 이야기가 얼마나 날카로울 수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