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극장가가 따뜻한 영화로 물든다면, 무대는 지금 뜨거운 연극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구리아트홀 유채꽃소극장에서 11월 14일부터 16일까지 공연되는 연극 ‘침상 위에서’가 그 중심에 있다. 이 작품은 병실 침상 위에서 마주한 두 여성이 각자의 상처와 죄책감을 마주하며 벌이는 심리 드라마로, 배우들의 연기력과 몰입감이 압도적이다.

신정 역의 박명신은 삶의 끝자락에서 과거를 되돌아보는 노년 여성의 복잡한 감정을 농밀하게 표현하며, 단 한 장면으로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미수 역의 김광덕은 젊은 세대의 현실적 고통과 분노를 생생히 보여주며, 그들의 대립은 곧 세대 간 가치의 충돌로 이어진다. 두 배우의 대화 장면은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으며, 한 치의 여유도 없는 감정의 밀도가 관객을 몰입시킨다.

정혜지는 복아와 은비녀 여성을 오가며 극의 리듬을 조율한다. 그녀는 때로는 상처의 기억을 대변하고, 때로는 치유의 가능성을 상징하는 인물로 등장해 작품의 서정적 무게를 더한다. 단조로운 병실 세트와 은은한 조명이 만들어내는 공간은 인물의 내면을 더욱 극적으로 드러내며, 짧은 대사 한마디에도 여운이 깊게 남는다.

이 작품은 ‘여성 서사’의 확장을 보여주는 동시에, 관객에게 자기 성찰의 거울을 내민다. 단 한 사람의 고백이 또 다른 사람의 삶을 흔들 수 있다는 믿음 아래, 연극은 삶의 진실을 마주할 용기를 이야기한다. 80분 동안 이어지는 무대는 숨 막히는 긴장감과 따뜻한 위로를 동시에 선사한다.

연극 ‘침상 위에서’는 단순한 감정극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을 날것으로 드러내는 치유극이다. 올가을, 진심 어린 연기를 만나고 싶다면 이 무대만큼 완벽한 선택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