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 사회에서 ‘치매머니’라는 단어가 조용히 주목받고 있다. ‘치매머니’란 치매 환자가 소유하고 있는 금융자산을 뜻하는 신조어로, 최근 치매 노인의 자산을 둘러싼 금융 사기와 부정 사용, 거래 제한 등의 문제가 증가하면서 관련 대책 마련이 절실해졌다.
치매 진단을 받은 이후에도 환자는 일정 기간 인지 기능이 유지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 과정에서 본인의 자산을 스스로 관리하는 것이 어렵거나, 제3자가 대신 금융거래를 시도하려 할 경우 제도적 장벽에 가로막히는 일이 다반사다. 특히 현행법상 환자의 명시적 동의나 법정 후견 없이 가족이 환자를 대신해 금융 거래를 진행할 수 없어 보호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치매환자의 자산 보호를 위한 몇 가지 제도적 대응책이 마련되어 있으며, 다음과 같은 조치를 통해 예방과 보호가 가능하다.
1. 금융거래제한 서비스 신청
가족이나 보호자가 해당 금융기관에 요청하면, 치매환자의 계좌 이체, 현금 인출 등 일부 기능을 제한하거나 동결할 수 있다. 이는 금융사기 예방에 실질적 도움이 된다.
2. 법정대리인(후견인) 지정
법원을 통해 치매환자의 법적 후견인을 지정하면, 해당 후견인이 합법적으로 환자의 자산을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장기적인 보호와 합법적 권리 보장을 위한 핵심 제도다. 단, 절차와 비용이 수반되기에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3. 금융기관의 자체 보호조치
일부 은행 및 금융기관은 치매 진단이 확인된 고객에 한해 일정 금액 이상 인출 시 보호자에게 자동 통보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거나, 방문 상담 시 의심 거래에 대한 안내 및 보류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가족을 위한 후견제도 절차
이런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성년후견제도’다. 이는 치매 등 정신적 제약으로 인해 본인의 결정을 온전히 내릴 수 없는 성인을 위해 가족이나 제3자가 법원의 허가를 받아 후견인으로 지정되어 대신 재산을 관리하거나 법적 대리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후견 절차는 다음과 같다.
1. 신청: 치매환자의 배우자, 직계혈족, 형제자매 등이 가정법원에 후견 개시를 신청한다.
2. 진단서 제출: 전문의의 진단서를 포함한 관련 자료를 제출한다.
3. 심문 및 결정: 법원이 본인 심문, 보호자 의견청취, 감정 등을 거쳐 후견인 선정 및 범위를 결정한다.
4. 후견인의 활동 시작: 법원이 발급한 후견인 증명서를 통해 금융기관 등에서 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금융사별 치매환자 보호조치 비교
일부 금융기관들은 치매환자를 위한 보호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각 은행마다 제공되는 서비스는 상이하며, 아래는 주요 금융기관의 보호조치 비교다.
국민은행 ‘KB맘편한돌봄통장’ 운영, 인출 한도 설정 가능 일정금액 이상 인출 시 문자 통보 가능 (고객 요청 시)
신한은행 고령자 전담 창구 운영, 고위험 거래 차단 프로세스 보호자 요청 시 동시 통보 가능 본인 요청 필요
우리은행 치매고객 금융거래 유의제도 도입 위임장 및 후견제도 병행 시 가능 계좌 잠금 기능 가능
하나은행 후견인 지정 고객 대상 ‘거래 모니터링’ 별도 요청 필요 일정 금액 이상 거래 제한
예방보다 중요한 보호체계 구축
치매 초기 단계에서는 본인이 금융거래를 유지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을 수 있지만, 금융기관의 기준은 본인 외에는 누구도 거래를 허용하지 않는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가족들은 ‘후견제도’나 ‘계좌거래 제한 요청’ 외에는 방법이 없다. 특히 금융사 간 서비스 편차가 크기 때문에, 환자 상태와 가족의 요청사항을 고려한 통합적인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사전 예방적 접근도 중요하다. 환자가 치매 진단을 받기 이전에 가족과 상의해 신탁계약을 맺거나 공동명의 계좌로 전환하는 등 사전 조치를 취하는 것이 유리하다. 무엇보다 치매머니는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라, 존엄과 권리를 지키기 위한 사회적 책임이라는 점에서, 국가와 금융기관의 협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