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강사 직업론(論) 이 땅에서 노래강사로 산다는 것은...

엄주희 기자 승인 2020.11.16 01:49 | 최종 수정 2020.11.17 14:19 의견 0
[김원찬 문화컨설턴트]

우리는 예로부터 풍류와 가무를 즐기는 민족이다.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시대를 막론하고 춤과 노래가 있었으며 그것은 곧 그 시대의 여흥이자 레크레이션이었다. 전자산업이 발달하고 인터넷시대에 접어 든 199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우리는 일본식 가라오케를 변형하여 한국형 노래방을 만들었고 이어서 노래강사라는 전문가(직업이기를 바라는)를 탄생 시켰다.

그리고 30년 가까이 부침을 거듭하며 오늘에 이르렀다.오늘날 노래강사, 노래지도자 또는 가요강사 (이하‘노래강사’)로 불리는 이들은 어쩌면 흥이 넘치는 우리나라에서만 특화 된 직업군 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오늘날 노래강사는 과연 직업인가?

현재의 활동 현황을 살펴보자. 업계에 따르면 대략 5천명 정도의 노래강사가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주 활동무대는 농협과 백화점 문화센터, 복지회관 등 관련 단체와 기업 그리고 각 지자체 단위의 주민자치센터이다.

수입은 어떤가?

대상과 시기, 장소 및 지명도에 따라 다소 편차가 있겠지만 보편적 활동무대인 주민자치센터를 평균으로 했을 겨우 시간당 2만5천원 수준이며 노래강사란 직업이 생긴 이래 요지부동의 금액이다. 그 이유는 막연히 교육자로 분류되어 교육기관의 시간강사에 준하기 때문이다. 이를 다시 생계 수단이 되는지 짚어보자.

현실적으로 활동이 가능한 하루 2시간 월 4회를 기준으로 평균 네 군데를 적용하더라도 우리나라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 80만원 수준이다.

이 조차도 수준 이하의 소위 자원봉사형 노래강사들의 범람과 제살 깎아먹기 식의 강사료 경쟁으로 전업 직종이라 인정하기에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물론 일부 스타강사들은 수백명씩 모인 강당에서 강의를 하고 전속 매니저를 고용하고 직접 장소를 빌려 특강형식으로 노래교실을 개최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앞서 말한 유명강사나 영업력(?)이 뛰어난 노래강사에 국한 된 프로모션 방식이다. 나머지 대부분 노래강사들의 활동 환경은 아주 열악하다.

가수나 가수지망생, 작사작곡가 출신 또는 노래를 좋아하는 주부 등이 현재 노래강사 직종에 종사 하거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리고 노래강사들의 연령대는 40~50대 여성이 대부분이며 노래교실 회원은 주로 실버세대들이다.

노래강사란 직업 – 현재의 노래교실 또는 노래강사 시장과 환경이 안고 있는 문제점 및 개선 방향과 그 해결책을 함께 살펴보자.

첫째, 민간자격제도의 체계화이다.

노래강사 양성형태와 과정을 들여다보면 문제점들이 도처에 산재해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노래교실 시장은 준비되지 않은 노래강사들을 양산하여 강의 수준의 질적 하락으로 전체 노래교실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하고 과열 경쟁의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그 결과 노래강사의 수준을 일정 이상으로 유지 할 대안과 공개 된 시장 정보가 없어 강사 입문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교육 기간은 길게는 1년 과정부터 짧게는 1개월 과정까지 편차가 심하며 교육 방법도 각 대학 평생교육원(미래지식교육원) 등의 기존 교육기관 내에 노래지도자 과정을 개설하는 경우와 일반 학원 형태 및 개인 교습형 도제 방식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희한하게도 공통의 지향점은 선무당류(類)의 만능엔터테이너 양성이다.

교육과목(커리큘럼)을 살펴보면 음악이론과 가창 등 티칭수업을 기본으로 하여 스피치, 유머, 레크리에이션, 댄스 등과 심지어 노래방기기 작동법까지 모든 과목을 포괄한다. 더 큰 문제는 노래강사 자격증 뿐 만 아니라 위에 언급한 일부 과목마다 자격증을 남발 한다는 것이다.

관련 임의단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기준조차 애매한 자격증 급수를 붙여 발급하며 일정 금액의 발급 비용을 요구한다. 그 여파로 오히려 양질의 교육기관이나 단체가 피해를 입고 있다. 관련 업계의 합의되지 않은 과잉경쟁의 결과는 직업군의 공멸이다. 지금부터라도 종사자 등이 협의체를 구성하여 민간자격제도를 체계화하고 자정기구를 상설하여 업계의 질서를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다행히 정부에서는 민간자격 국가공인제도를 도입하여 자격기본법에 그 기준을 정하고 있다.

둘째, 직업인으로서의 지위 확보가 시급하다.

현재 노래강사란 직업은 프리랜서 즉 자유직업 또는 특수 직업군이며 1인 기업이다. 바꾸어 말하면 자영업자 또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속한다.

우리나라 표준 직업군에 이들이 포함되어 있을까? 국세청의 업종구분코드나 한국표준직업분류(KSCO) 등 그 어디에도 노래강사를 직업으로 명확히 정의 한 곳은 없다.

노래강사는 활동형태로 보면 예술인과 교육자의 혼합직종이다. 이들이 관공서, 은행, 보험, 병원 등 각종사회보장제도의 안전망으로 들어오려면 직업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필자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 산하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위촉을 받아 예술인증명 심의위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다. 각종 예술인 복지혜택을 받기위한 신청자들의 예술인 여부를 심의하는 일이다. 유감스럽게도 심의 기준을 적용하면 노래강사는 예술인이 아니다. 그 결과 신청한 노래강사들이 대부분 탈락한다. 문화부 관점으로는 이들은 교육자인 것이다. 정부에서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교육부 역시 그 어느 부서도 노래강사에 관한 정책을 다루는 것을 본적이 없다.

그렇다면 과연 해결책은 없는 것 일까.

당연히 소관부처인 문화부도 적극적으로 나서 정책이나 제도를 개발 개선하고 관련 법을 제, 개정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교육부와 협의, 조율도 필요 할 것이다. 그러나 관련부처가 전례에 비춰 볼 때 능동적으로 나서지는 않을 것 같다.

현재 정부부처에서 노래강사를 위한 사단법인으로 등록 된 유일한 단체가 한국가요강사협회이다. 문화부에 등록되어 관리 감독을 받는다.

20년 역사를 가진 한국가요강사협회는 그 책임에 자유로울 수 없으며 지금 이라도 전국 노래강사들의 권익과 지위 향상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더욱 더 분발을 촉구한다. 참고로 골프장 캐디, 대리운전 기사, 학습지 교사 등 비슷한 처지의 특수 직업군들의 몸부림을 주시하여야 한다. 우는 아이 젖 한번 더 주지 않는가.

셋째, 경영기법의 개발이다.

직업의 특성 상 개인 활동 영역에 있는 노래강사들은 노래교실 회원 모집에서 부터 커리큘럼 작성, 교재 개발, 교육, 사후 관리까지 모두 그들의 몫이다.

특히, 회원 확보는 강의 기법 개발 못지않은 중요 업무이다. 교육과정을 예로 들면 현재 노래강사 양성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빠진 과목이 있다. 바로 비즈니스 경영이다. 너무 거창하면 노래교실 운영전략 정도로 해두자.

모집방법 즉, 영업 전략과 회원관리, 이벤트 프로그램 개발, 저작권, 세무관리, 관련 법규, 각종 행정 및 대관(對官)업무 등을 포괄하는 노래교실 경영 노하우 관련 과목이다. 노래장르도 좀 더 다양화 되어야 하며 자신만의 특징적이고 차별화된 강의 기법 개발도 중요하다. 소수 또는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는 집중 노래 지도 과정도 개설 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실버세대 위주의 시장은 한계가 분명하다. 성별과 연령층을 남성과 30~40대까지 넓히기 위한 특화된 전략 역시 필요하다.

넷째, 전업가수와의 관계 정립이다.

현재 노래강사들의 분포를 통계로 보면 가수를 겸하는 경우가 약 30%, 앨범준비 등 가수를 지망하는 경우가 약 40%를 차지하여 전체의 70% 정도가 전업가수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이웃사촌인 가수는 직업의 특성상 반드시 노래를 알리기 위한 홍보가 전제된다. 기존의 방송 위주의 홍보방식이 여전히 다수를 이루지만 인터넷 매체의 발달로 유튜브, 페이스북 등 홍보매체가 다양화되고 점차 확대되는 추세이다.

더불어 노래가 주는 감동은 공연장에서 관객과 대면했을 때 그 효과가 훨씬 크다는 점에 미루어 볼 때 노래교실 회원과 직접 대면하는 오프라인 최 일선의 노래강사는 이미 홍보의 유리한 위치에 서 있는 셈이다. 이 지점에 소위 틈새시장으로 노래교실이 자리한다. 언더가수들에게는 행사무대를 제외하면 유일한 오프라인 홍보방법인 셈이다.

예를 들면, 1970년대 붐을 이루었던 각 지방의 다운타운 DJ역할의 대체형식인 것이다. 물론 인기 노래강사들은 지금도 인맥에 의한 노래교실 섭외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반드시 유명가수가 아니더라도 실력 있는 일반가수들과 신곡 정보와 출연 일정을 공유하는 적극적인 매칭(marching)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이 추후 가수활동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상 현안을 중심으로 정리해 봤다.

지금은 문화의 시대, 감성의 시대이다.

뮤직 테라피, 음악치료 등 심신건강은 음악을 통한 힐링이 대세이다. 노래강사들이 직업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힐링하고 나아가 전국 방방곡곡에 힐링의 기운을 전할 때 대한민국 역시 힐링 될 것이며 노래강사는 최고의 유망 직업으로 거듭 날 것이다.

‘지금은 한그루 잎 부족한 나무이지만, 이윽고 꽃피고 열매 맺어 그늘도 지리’ 괴테의 시(詩) ‘희망’이다. 이 땅의 노래강사들이여! 축복 받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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