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양재문 개인전 ‘풍류’

정도빈기자 승인 2023.12.20 18:27 의견 0


오는 21일부터 신년 1월 1일까지 갤러리인사아트에서 양재문 작가의 사진전 風流(풍류)가 열린다.

양재문은 한국적인 정체성이 담긴 작업을 하고 있으며, 한국의 전통춤을 신명으로 풀어내어 한지 안에 스며든 수묵화를 연상시킨다. 춤사위에서 만들어지는 찰나의 시퀀스적인 광적들을 추상으로 표현하는 그의 작업은, 감성을 자극하여 시상(詩想)을 떠오르게 하는 마법, 분명 사진인데 보는 이는 번짐의 시간을 목도한다.

양재문 작가는 이미 <풀빛여행>, <비천몽>, <아리랑 판타지>, <처용나르샤>, <대동농악>, <화접몽> 등 일련의 한국 전통춤 사진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로 우리 것의 아름다움과 우리 민족의 정서를 절대미감으로 표현해왔다.

이번 <풍류> 작업은 그 동안 작가가 추구한 한국 전통춤에 대한 재해석과 일상의 스토리텔링이 담겨져 관람객과 그 의미를 소통하려 한다. 이번 전시에서 추구하는 것은 그의 춤사진 인생에 대한 회고와 걸어온 길에 대한 감사 그리고 한국적인 은현의 미에 대한 풍류이다.

다음은 작가의 작가노트다.

지난 작업을 돌이켜 보면 몇 차례 변곡점이 있었다. 초기에는 젊은 날의 한(恨)이 담긴 은유적 사유와 카메라로 담기는 시간의 의미에 천착된 흑백사진들이다(1994,풀빛여행). 그 후로 자아에 대한 성찰을 위하여 한 동안 사진일기를 찍었다(2000,사진일기).

그러나 고독의 공허함은 자신으로부터의 도피 행각처럼 유서 깊은 유럽의 도시들을 여행하며 방황하였다. 분명 이 생에 처음 발길인데 언젠가 그 곳에 있었던 것처럼 느껴지는 환각에 빠져들곤 하였다(2008,흐르지 않는 시간).

이러한 상황들은 사진에 존재하는 시간성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켜 주었다. 그리하다 어느 날 문득 천상을 꿈꾸게 된다. 꿈이었다. 하지만 한을 신명으로 풀어내는 꿈이었다(2016,비천몽).

그렇게 희망의 꿈은 자연스레 위로의 선물이 되었고, 지난 날들의 상처에 대한 트라우마가 해소되면서 주변까지 돌아 볼 수 있게 되었다(2018,아리랑판타지).

또한 공동체의 삶도 엿볼 수 있게 되면서 화해와 관용의 의미도 되새겨 볼 수 있었고(2019,처용나르샤), 민초의 흥과 멋을 엿 보게 된다(2021농악).

듀센 미소를 생각해 본다. 꽃을 보며 자연스레 웃음짓는 미소야 말로 진정한 웃음일 것이다. 하여 꽃잎과 함께하는 춤꿈도 꾸어 보았다(2023,화접몽).

입동이 지났으니 이제 겨울이다. 곧 겨울이 깊어질 것이다. 지나 온 사진인생을 돌이켜 보면 모든 것이 어떤 이끌림 따라 흘러 온 꿈결같다. 남도민요 끝자락에 뜬금없이 자주 등장하는 “아니 놀고서 무엇을 헐꺼나” 라는 대목을 흥얼거릴 때 마다 이게 뭔고? 하는 생각이 들곤 하였으나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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