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을 "오디션" 하다

김원찬 전문기자 승인 2021.04.03 11:57 | 최종 수정 2021.04.03 12:06 의견 0
김원찬 전문기자 / 문화컨설턴트·칼럼리스트

오디션을 오디션하다.
가수 오디션 방송프로그램의 실상을 진단하다.

가수 선발 오디션의 역사
누가 스타가 될 것인가. 신(神)도 모르는 일이다. 다만 인간의 힘으로 성공에 가까이 다가갈 확률을 높일 뿐이다. 인기가수를 만드는 길. 그 대표적인 행위가 오디션이다. 오디션은 이 땅에 대중음악이 태동한 백 년 전에도 있었다.

각 레코드사나 방송사에서 신인가수선발대회를 열어 전속가수로 활동을 지원했다. 고복수, 남인수, 황금심 등 당대의 스타들도 오디션을 통해 탄생했다. 1970년대 국영방송 KBS에서 인기 사회자 곽규석이 오프닝으로 외치던 “KBS배 쟁탈(爭奪) 전국 노래자랑!”이 아직도 눈과 귀에 선하다.

지금의 전국노래자랑처럼 ‘땡!’이 없는 전국 팔도를 대표하는 숨은 아마추어 고수들이 참가하는 가수선발전이었다. 지금의 오디션과 차이가 있다면 당시는 순수 아마추어만을 대상으로 하였다. 요즘도 코로나로 주춤할 뿐 동네마다 지역마다 노래자랑과 가요제가 즐비하다.

가수 선발을 목적으로 하고 상금을 내 건 가요제만해도 전국적으로 200개가 넘는다. 각 지자체마다 단골 축제 메뉴로 인기도 상당하다. 그 영향으로 방송 오디션 참가자들 중, KBS 전국노래자랑이나 지역 가요제 출신들이 많다. 아직도 ‘가요제’ ‘콩쿨’ 등 여러 이름의 옷을 입고 있지만, 방송계에서는 ‘오디션’ 이라는 이름으로 정착되었다.

오디션의 생명, 공정성.
오디션프로의 생명은 공정성이다. 즉, 동일한 조건으로 정해진 기준에 따라 경쟁하는 행위이다. 지난 6개월간 종편과 지상파 3사가 경쟁하듯 내놓은 트롯 오디션 다섯 개가 모두 끝났다.

'MBN 보이스 트롯', ‘SBS 트롯신이 떴다2’, ‘MBC 트로트의 민족’, ‘KBS 트롯전국체전’, TV조선 미스트롯2‘가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심사 과정과 결과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한 결 같이 방송 전문심사단과 시청자의 선택은 달랐다.

각 오디션 마다 준결승, 결승에서 일어난 일들을 해프닝이라 하기에는 승자 독식의 상금, 1억, 1억5천이 너무 크다. 그 이유를 들여다보면 운영 시스템과 연출 적 요소에 기인한다. 전자는 심사위원 구성원과 투표 행위 등 경선방법이고, 후자는 시청률 견인을 위한 재미 요소와 편집이란 마술이 끼어든다. 편집은 방송의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실력과 이미지가 왜곡 될 수 있다.

대국민 문자투표로 포장된 시청자 투표 역시 마찬가지다. 시청자들은 개인 선호도에 따라 노래를 듣기도 전에 미리 투표를 한다. 단순히 동원력이 포함된 인기투표 행위에 불과하다. 그리고 현재의 방송 환경과 경쟁구조로는 매니저나 전문가의 도움 없이 순수 아마추어가 혼자 도전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마스터’라 부르는 전문 심사위원들의 현주소
최근들의 심사자를 마스터(master)라 부르고 있다. 그 전에는 심사위원(委員)이었다. 선출 또는 임명된 전문가라는 직위가 내포되어 있다. 소위 전문가 군(群)으로 창작자(작사. 작곡가), 음악실연자(가수, 연주자), 제작자(음반제작사, 기획사)와 보컬트레이너 등 교육관련 종사자들이 있다.

그 외, 음악 생태계 간접 종사자로 음악평론가, 방송 피디 등과 연기자, 무용가 등 기타 예술인 또는 방송인들이 있다. 대략 이 정도 직군에서 심사위원들이 구성 된다. 결승무대에서 같은 노래를 듣고 채점(100점 만점)이 15점 이상 차이가 나면, 개인의 심사 성향을 감안하더라도 자격이 의심된다.

이런 이유로 경선자의 우열을 가리는 최소한의 부문 채점 기준은 있어야 한다. 통상적으로는 다음과 같다, ①음악기초 (음정, 박자, 발성, 발음) ②음악성 (가창력, 선곡, 가사전달, 감정표현, 음색·톤·호흡 등 보이스 개성) ③스타성 (퍼포먼스, 춤, 외모특성, 복장, 작사·작곡·악기 연주 등 음악 관련 특기, 개인 스토리텔링, 스피치, 인성 ) ④ 대중 호응도 등으로 구분하고 총점 100점 기준에 25점씩 배점한다. 여기서 대중호응도란 일반가요제는 현장 관객이 대상이 되고, 방송 오디션의 경우 시청자 문자투표에 해당된다.

방송 오디션의 현실과 대안
최근 오디션 프로의 특징은 방송사의 영향력을 극대화한다. 긍정적 측면으로 볼 때, 평균 3개월의 짧은 기간에 방송의 지속적인 노출을 통해 스타를 만드는 것이다. 방송사의 입장에서는 가장 효율적인 스타탄생 방식이므로 탓 할 바는 아니다. 그러려면 시청률은 필수적이다. 시청률을 높이는 과정에서 왜곡된 편집과 억지스런 신파(新派)가 등장하는 것이다.

대중과 시청자들은 크게 세 가지 불만이 있다. 심사위원의 자격, 왜곡된 연출, 불공정한 대국민 투표방식이다. 주관을 모아서 객관을 만드는 심사 행위에서 이 둘이 만나는 공평의 근사치는 과연 있을까. 어차피 스타 마케팅은 단적으로 표현하면 감(感) 또는 촉(觸) 마케팅이 포함되는 원시적 요소를 띤다.

그 연장선상에 자리하는 프로세스가 오디션이다. 실력과 인기가 혼재된 지금의 시청자 문자투표방식으로는 앞으로도 잡음은 계속 될 것이다. 전문심사단과 시청자 문자투표 반영 방식으로 나누어 나름의 기준을 제시해 보자.

첫째, 심사위원은 10인 이상으로 하고 음악분야 전문가와 비전문 관련 종사자를 60 : 40% 비율로 정한다. 여기서 전문가라 함은 최소한의 음악기초 이론을 공부한 가요계 종사자를 지칭한다. 그리고 심사위원 채점 최고점과 최저점을 배제하고 합산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또는, 심사위원들이 등수로 우열을 정해서 합산하는 방식도 고려해 볼 만하다.)

둘째, 결선 당일 생방송 시청자 문자투표 방식은 인기투표로 바꾸고 실제 우열을 가리기 위해 중복투표는 배제한다. 구체적으로는 ①시청자 투표 총점과 심사위원단 총점을 동일하게 놓고 ②시청자 투표에 따라 결승 진출자중 득표율로 순위를 매긴 뒤 ③심사위원단 채점 1위와 최하위의 점수 차를 결승 진출자 수(數)로 나누고 ④나눠진 평균값을 시청자투표 총점에서 순위에 따라 차감하여, (또는, 백점 기준 각 득표율을 점수로 환산하여) 각 심사위원 총점과 합산하는 방식이다. 심사위원의 역할이 무용지물이 되지 않는 최소한의 방지책이기도 하다.

방송 오디션,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눈치 빠른 ‘미스트롯2’가 나름 변화를 시도했지만, 매 라운드 마다 채점방식을 달리함으로써 스스로 공정성을 잃어 버렸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팬덤의 집단행동과일반 시청자들이 특정 현상에 반응하는 군중심리에 객관적으로 대응하는 모순이자 한계이기도 하다.

대비책으로 방송 종료 후에 중복투표 여부, 남녀, 세대별, 지역별 비율 등을 데이터화 하고 분석하여 시행착오를 줄여야 할 것이다. 또한, 사전에 매 라운드의 심사 룰은 미리 제시하고, 정해진 룰은 시청률 추이나 외부의 변화에 따라 바꾸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심사와 문자투표 내용은 공개해야 한다. 다시 시즌을 바꿔 방송사들은 오디션 프로를 편성할 것이고, 오디션 참가자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무대에 오를 것이다. 그들이 무대에서 쏟아내는 눈물을 악용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의 환희와 좌절은 오직 공정성을 담보로 할 때, 진정한 서사가 있고 감동이 있다. (김원찬 / 문화컨설턴트·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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