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여성보컬 이수정, 가요계 컴백

김원찬 전문기자 승인 2021.03.30 22:31 | 최종 수정 2021.03.31 16:10 의견 0

강화, 그녀의 보금자리 음악이 있는 집.

인터뷰를 위해 방문했을 때 그녀는 앞뜰에서 생후 3개월 된 강아지 두 마리를 돌보고 있었다. 인공호수가 펼쳐진 집 앞 풍경은 아늑하고 평화로웠다. 강화도로 이사 온지 6개월 째, 외부 조경 등 아직은 집치장이 한창이다.

안내를 받아 집안으로 들어서니 오른쪽 공간에 이수정의 음악사(史)를 진열해 놓은 갤러리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동안 받은 다양한 트로피, 상패와 상장, 그리고 사진과 발표한 앨범들까지 그녀의 모든 것이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었다. 제일 아끼는 공간이라 했다.

방송, 행사무대에서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왕성하게 활동하다 건강 이상으로 수술과 재활을 반복하며 오랜 공백기를 거쳤다. 아픔을 겪으며 더욱 원숙해져 돌아온 그녀와 마주했다.

다양한 스펙트럼, 이수정의 노래들

트롯 가요계에는 숨은 고수들이 많다. 그 중 한사람이 이수정이다. 그녀의 목소리는 대중 지향적이고 음악은 스펙트럼이 넓다.

2006년 댄스트롯 [신데렐라]를 발표하며 앨범가수로 등장하여 같은 해, 타이틀곡 [정주고 마음주고]로 정식 가수활동을 시작했다. 2009년 [사랑해요 아주 많이], 2012년 [내사랑 트로트], 2015년 [마음꽃], 2019년 [아니되옵니다] 등을 꾸준히 발표하며 가수의 꿈을 이어왔다.

요즈음은 코로나로 활동이 여의치 않아 다양한 레퍼토리의 커버송을 업로드하며 유튜브 공간에서 팬들을 만나고 있다. 잊지 않고 기다려 준 팬들이 고맙다는 그녀의 꿈은 소박했다. 그냥 좋은 노래를 널리 알리고 싶다며 한동안 노래를 떠나 있었던 간절함을 대신했다.

[마음꽃]을 비롯하여 그동안 발표한 신곡들은 그녀의 음악적 끼와 스타성을 잘 보여준다. 그 중에 기자가 꼽는 이수정의 대표곡은 [아니되옵니다] [정주고 마음주고] [사랑해요 아주 많이] 등, 세곡 모두 단음계로 만들어진 곡들이다.

그녀의 음악세계로 들어가 보자. 독특한 비성의 두 여제(女帝) 이미자와 심수봉을 묘하게 버무려놓은 듯한 음색은 정통트롯과 팝 발라드를 넘나든다. 가창은 정갈하고 촉촉하며, 감성의 목소리는 대중들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추억이 묻어나는 목소리에는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가장 최근에 발표한 6집 음반 타이틀곡 [아니되옵니다] (고경환 작사·곡)는 경쾌한 리듬의 편곡에 그녀의 목소리가 잘 어울린다. 2절 후렴구의 딱 한 음절 가성으로 노랫말을 함축해 놓았다. 떠나는 이의 발걸음을 잡아놓는 기가 막힌 테크닉이다.

[정 주고 마음 주고] (김병걸 작사, 최강산 작곡)는 비브라토가 과하지 않고 고급스런 정통트롯 창법으로 이수정의 가창의 깊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트롯발라드 [사랑해요 아주 많이] (박정란 작사, 정의송 작곡)에서 구사하는 여(餘)음과 떨림 음의 섬세한 표현은 탁월하다. 저음부의 애틋함과 고음의 간절함의 조합. 곡을 끌고 가는 깨끗하고 단정한 목소리는 사랑을 갈망하는 순결과 백치미를 절묘하게 표현하며, 가사전달의 모범을 보여준다.

이것이 대중가요의 매력이다. 또한 그녀의 색깔과 잘 어울리는 단조(minor) 음악의 매력이기도 하다. 이제 퍼포먼스와 표정연기 등 음악 외적 요소인 연출 디테일만 남았다. 조금은 미안한 얘기지만 아직은 그녀의 노래 솜씨를 충분히 담은 인생 곡을 만나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더욱 그녀의 매력이 충만한 명곡과 널리 알려 줄 매니지먼트가 필요하다. 다행히 대한가요신문을 발간하는 (주)가요발전소(대표 엄태웅)에서 매니징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준비된 가수의 새로운 변신을 기대한다.

유년시절의 꼬마가수, 이수정

그녀는 서울 토박이다. 어머니의 학교 근무지를 따라 산 좋고 물 맑은 경남 함양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중학교 때부터 동네 뿐 만 아니라 ‘면민 추석맞이 노래자랑’ 등 지역의 모든 콩쿨을 휩쓸어 상품으로 집안의 가전제품을 장만하는 것은 그의 담당이었다. 중학생이 윤항기의 ‘장미빛 스카프’ 같은 노래를 불렀으니 어릴 때부터 싹수는 알만했다. 나이를 속이고 나가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경남 함양에서는 인기 캡이었다.

가요계 데뷔 전에는 2002년부터 대구에서 합기도 사범을 한 독특한 이력이 있다. 4단 승단 심사를 앞두고 허리를 다쳐 운동은 어쩔 수 없이 중도에 포기하게 된다. 계속 대구에 머물며 2004년까지 보컬트리오 ‘소리사랑’에서 주로 7080노래를 노래했다.

팝송을 즐겨 불렀고 포크싱어 박인희를 좋아했다. 트롯발라드를 노래하며 김란영의 톤(tone)과 심수봉의 컬러(color)를 닮고 싶다는 그녀. 지금의 일상은 어떨까. 가요계 데뷔 전부터 그녀의 소외된 이웃에 대한 봉사정신은 남달랐다. 미용봉사, 목욕봉사, 노래봉사로 이어지던 봉사활동은 그녀가 투병을 하며 어쩔 수 없이 멈춰 섰다.

음악을 사랑하는 부부, 그리고 가족들

그녀의 남편이 기타를 좀 친다는 말에 기자가 성화를 부려 연주를 청했다. 그는 마지못해 밖에서 일하다 흙 묻은 손을 툭 툭 털고 기타를 잡았다. 클래식기타였다. 대한민국에서 기타 좀 친다는 사람이면 다 도전했던 불멸의 기타 연주곡 로망스(Romance). 떡두꺼비 같은 큼지막한 손이 자유자재로 기타 지판을 넘나드는 것이 신기했다. 전(全)곡을 완주하는 다양한 스킬의 트레몰로 주법에 놀랐다. 즉석 요청인데도 본인 스타일로 음악을 이해하고 몰입하는 연주 솜씨가 카피수준을 훨씬 뛰어 넘은 프로 뮤지션이다.

건축업에 종사한다 해서 음악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는데 반전이었다. 그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가니 더욱 가관이다. 낙원상가 악기매장을 옮겨놓은 것 같았다. 비싸고(?) 다양한 종류의 기타가 거실에 빼 곡이 들어차 있었다. 줄잡아 스무 대는 되어보였다.

부부를 보고 있노라니 한 쌍의 잘 어울리는 음악파트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본인들은 전혀 생각이 없는 데 괜히 기자만 들떴다. 작사와 노래, 작곡·편곡과 세션으로 나누어 협업을 하면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클래식과 대중가요의 만남, 연주와 가창의 만남. 근사하지 않는가. 아내 자랑을 할 때에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귀엽고, 푼수 끼가 있는 천진한 남편이지만, 일상에서는 울타리가 되어주는 듬직한 남편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녀 곁에는 흥이 넘치는 아버지와 음식 솜씨 좋은 어머니의 뒷바라지가 있었다. 인터뷰는 이른 저녁을 하며 그녀의 부모님과 남편과 어울려 산만하게 끝났다. 어머니가 차려주신 집 밥은 덤이었다.

음악을 사랑하는 두 사람이 강화도에서 펼쳐나갈 인생스토리가 궁금해진다. 아름다운 자연과 소중한 사람이 있는 이곳. 노래 부르기 딱 좋은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앞으로 이수정이 펼 칠 음악세계를 그려보며, 강화도의 밤길을 돌아 나왔다. (김원찬 전문기자)

저작권자 ⓒ 대한가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