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플랫폼 유연이 주관한 소리꾼 노민아의 판소리 무대 <씬 스틸러 인 판소리 W>가 지난 4월 25일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에서 성황리에 공연되었다. 이번 공연은 판소리 다섯 마당에 등장하는 여성 조연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재구성해, 전통 서사에 새로운 시각을 불어넣은 무대였다.
전통을 새롭게: 여성 조연의 중심 서사화
‘심청가’의 곽씨부인과 뺑덕어멈, ‘흥보가’의 흥보마누라, ‘적벽가’의 미부인, ‘춘향가’의 월매와 향단 등 평소 부차적 존재로 여겨졌던 여성 인물들은, 이번 무대에서 단독 시퀀스를 통해 서사의 중심에 선다. 노민아는 이들을 단지 웃음을 유발하거나 기능적인 존재로 두지 않고, 각자의 감정과 이야기를 가진 인물로 조명하며 새로운 판소리 감각을 제시했다.
젠더 감수성과 판소리의 만남
이번 공연은 단순히 전통을 답습하는 것이 아닌, 젠더 감수성을 바탕으로 여성 캐릭터들이 지닌 현실적 고뇌와 내면의 에너지를 무대에 풀어냈다. 당찬 흥보마누라, 절절한 모성애를 표현한 미부인, 여성성과 욕망 사이를 오가는 뺑덕어멈의 모습은 오늘의 관객에게도 깊은 공감을 자아냈다.
소리꾼 노민아, 고수 방지원의 호흡
노민아는 소리와 작창은 물론 대목 구성 전반을 직접 기획하며 인물의 개성과 메시지를 극대화했다. 함께 무대에 오른 방지원 고수는 섬세하면서도 활력 있는 장단과 효과음으로 극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두 연주자의 호흡은 극적 긴장감과 리듬감을 더하며 공연의 서사적 흐름을 매끄럽게 이끌었다.
관객 반응과 향후 기대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은 “판소리에서 조연이 이렇게 흥미로울 줄 몰랐다”, “젠더적 해석이 감동을 더했다”, “재치 있는 대사와 구성으로 몰입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씬 스틸러 인 판소리 W>는 판소리의 가능성을 확장시키는 동시에, 전통예술이 동시대 감수성과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인상 깊은 시도였다.
이 무대를 계기로 판소리 속 ‘숨겨진 여성 서사’가 더욱 풍부하게 발굴되고, 전통예술의 현대적 의미가 확장되길 기대해본다.
출연자 소개
노민아(작창/소리): 서울대학교 음악박사(D.M.A.),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적벽가’ 이수자. 제22회 판소리학술상 수상. ‘연가’, ‘백미’ 등 독창적 구성의 판소리 무대로 주목받고 있으며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용인대학교에 출강 중이다.
방지원(고수): 서울대학교 국악과 졸업,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고법 전수자. 2024 KBS국악대상 연희상, 제2회 서울예술상 전통부문 포르쉐 프런티어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