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쿨렐레를 연주하면서 노래하는 가수 양바다 (사진= 노익희 기자) © 대한가요신문

(프롤로그) 봄기운이 느껴지는 삼월의 어느날, "우쿨렐레 치면서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며 늙어가는게 꿈"이라는 가수 양바다. 틈틈히 노래 봉사를 하며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가수 양바다가 자주 시간을 보낸다는 연습실을 찾아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편집자 주

- 우쿨렐레를 지도하시는 강사라고 들었는데...가수가 된 계기는?

저는 코로나시기가 제 생의 전환점이 된것같아요. 코로나 전에는 우쿨렐레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우쿨렐레를 지도하며 해외공연도 다니면서 베짱이처럼 지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코로나로 갑자기 모든게 멈추게 된거에요. 레슨도 못하고 집에서만 보내는 날들이 많았어요. 차일피일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모태신앙인 제 친구가 기타치며 CCM을 노래하는 온라인 모임으로 절 초대해줬어요. 저는 교회에 다니지는 않지만 교회분들이 온라인상에 기타치며 올려놓은 복음성가를 들으며 좋아진 CCM 몇곡을 녹화해서 저도 온라인에 올려봤는데 따뜻한 반응들을 보내주시고 제 목소리에 울림이 있다는 표현으로 신청곡도 해주시고요.

그게 즐겁고 힘이되서 아침에 복음성가를 배워서 낮에 녹화 하고, 저녁에 온라인을 올리다 보니 노래하는게 즐겁고 놓고 싶지가 않은 맘이 생기더라고요. 노래를 부를 기회만 생기면 달려가는 제 모습이 어느날 보이더군요. (웃음) 그러다 제 꿈을 다시 이루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22년 7월에 싱글앨범 '바다의 일기'까지 나오게 되었네요.

▲ 연습실에서 단원들과 연습하는 가수 양바다의 모습이 평화로워 보인다.
(사진= 노익희 기자)

- 시인으로 등단 하셨다던데.

예~ 그게 참 신기해요. 전, 평소에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건강검진 받으러 갈 시간이 나지 않을 만큼 바쁘게 열심히 살았거든요. 열살 터울의 오라버니가 한 분 계셨는데 한창인 나이에 어린 조카를 남기고 일찍 돌아가시고 제가 부모님의 유일한 자식으로 짐을 지게 되었는데요. 순차적으로 아버지와,어머니까지 돌아가시는걸 저 혼자 떠 맡아야했죠.

조카까지 키우면서 무슨 정신으로 버텼는지 모르겠는데 어머니까지 돌아가시고 슬픔에서 조금 벗어날 무렵 코로나가 온거에요. 여전히 큰변화 없이 오케스트라 단원이었고, 우쿨강사였는데 너무 열심히 살아와서 쉬고 싶다는 생각도 좀 있었어요 그렇지만 코로나로 인해 강제로 일도 못하는 방식으로는 쉬고 싶지는 않았었지요.

어머니마저 돌아가신 이후 몸이 자꾸 아프고, 부쩍 많이 힘들었어요 저는 피로가 누적되서 힘든건가 하고 병원가는걸 미루고 있다가 코로나로 일을 못하게 되고서야 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갔는데 초기암이라는 거에요. 게다가 아직 약이 없는 희귀병도 발견하고요.. 다행히 암은 치료를 하고 그 힘든 마음을 시로 풀어 써서 2021년 8월에 노벨문학 신인상을 받았어요. 시인으로 등단을 한거에요. 연이어 10월에 림영창 문학상을 받아 수필가로도 등단했구요..

시인과 ,가수는 제 학창시절 꿈이었는데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꿈도 멀어져가고 제 자신과 타협한것이 '뭔가 이루려는 것보다 좋아하는것을 즐기며 살자' 고 마음을 바꾸고,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 범위에서 가족들 부양하며 노력하며 살았던것 같아요. 코로나가 저에게 힘든 시기를 준건 확실한데, 코로나가 저에게 새 삶을 주기도 한것같아요. 하나님이 복음성가를 예쁘게 불렀다고 선물을 주신것 같기도 합니다.


- 앞으로 계획과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전 죽을때까지 악기와 음악을 놓고 싶지 않아요. 맘에 맞는 음악하는 지인들과 함께 연주하면서 저희를 필요로 하는 곳에는 꼭 달려가서 노래 하고 싶습니다. 두번째 세번째 네번째... 앨범도 내고 싶어요. 가사는 제가 써서 저의 이야기를 노래 하고 싶고요.

수 많은 실력있는 가수들이 해변에서 빛나는 조개껍데기들처럼 이 세상에 있습니다. 제가 있는지 조차 모르고 세월이 흐를수도 있겠지만, 양바다는 늘 즐겁게 노래부르다가 이 세상을 떠나고 싶어요. 현재는 소소한 공연들을 하며 지내면서 음악과 늙어죽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이루며 생활하는 입니다. 제 두 가지 꿈을 코로나 기간에 다 이룬거에요.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는지 모르겠어요.

(에필로그) 봄이 오는 길목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우쿨렐레를 안고 돌아서는 가수 양바다의 뒷모습을 보면서 박두진 시인의 '갈보리의 노래'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마지막 내려덮는 바위같은 어둠을 어떻게 당신은 버틸수가 있었는가? 에어내는 비애를, 물새같은 고독을 어떻게 당신은 견딜 수 있었는가?' 가수 양바다의 굴곡진 인생스토리가 행복한 노래를 부르면서 늙어가는 자양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