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찬 칼럼] - 대한민국 트롯오디션. 열풍인가, 범람인가

한민국 트롯오디션. 열풍인가, 범람인가

김원찬 전문기자 승인 2021.01.01 15:11 의견 0

대한민국 트롯오디션. 열풍인가, 범람인가

2020 트롯 오디션 현상 분석
온 나라가 트롯 열풍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국민이 집안에 갇힌 사회적 현상과 맞물려 적어도 지금까지는 각 방송의 효자 콘텐츠로 자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TV조선 오디션 프로 ‘내일은 미스터트롯’ (이하 ‘미스터 트롯) 에서 보여준 현상이다. 보이그룹 방탄소년단과 똑 같은 일곱 명의 남자가 신드롬을 이어가며 막내 정동원이 흘러간 옛 노래를 부르고 맏형 장민호가 랩과 댄스를 노래한다. ‘미스터트롯’은 작년 1월 2일 시청률 12.5%에서 시작하여 3월12일 35.7%라는 어마어마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총 11부작으로 막을 내렸다. ‘진(眞)’을 차지한 임영웅은 물론이고 탑7과 나아가 탑20까지 인기를 끌며 방송가를 종횡 무진하는 트롯 역사상 드문 현상이 벌어졌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김호중의 이탈에도 풍년잔치가 요란하다. 물론 미스트롯 시즌1의 후광도 있었고 트롯 장르의 다양한 분화(分化), 참가자들의 실력과 신선함, 코로나 시국으로 인한 주 시청 층 확대 등 여러 가지 인기 요인이 있을 것이다. 그 결과, 코로나19에 지친 국민들의 위로와 기성가수들의 세대교체, 트롯음악의 다양한 장르 수용, 커버송의 역 주행, 10대까지 흡수한 팬 층의 확대 등 긍정적인 결과물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그 후, 오디션 프로가 범람하며 성과와 과제를 동시에 안겼다.

열풍과 범람, 신선함과 식상함 사이의 우려
지금은 어떤가. 트롯 오디션 천국이 되어 버렸다. 공중파와 종편들이 앞 다투어 편성하여 TV만 틀면 본방송과 재방송으로 갈 때까지 가보자 경쟁이다. 이미 프로그램이 종료된 MBN의 ‘보이스 트롯’, MBC ‘최애엔터테인먼트’와 SBS ' 트롯신이 떴다2-라스트 찬스‘,등을 제외하더라도 현재 MBC '트로트의 민족’, KBS '트롯 전국체전, 그리고 TV조선의 ‘미스트롯2’ 등이 경쟁 중이다. 범(汎)가요군(群) 오디션 프로 록발라드 계열의 JTBC ‘싱어게인 (Singer again)' 과 통기타 계열의 Mnet ’포커스(Folk us)'도 방송되고 있다. 그 외 트롯 관련 방송프로로는 TV조선의 ‘사랑의 콜센타’, ‘뽕숭아 학당’과 MBN의 ‘트롯파이터’ 그리고 기존 KBS의 ‘가요무대’와 ‘전국노래자랑’ 등 일주일을 숨 막히게 채우고 있다.


언제까지 방송국의 잔치로 구경만 할 것인가. 열풍이 범람으로 바뀌어 가는 현상을 보며 가속되는 피로감을 우려한다. 이쯤에서 종편채널 TV조선의 관련 프로그램을 예로 들어보자. 먼저 주간 편성을 살펴보면 ‘사랑의 콜센타’ ‘뽕숭아 학당’ ‘미스트롯2’가 이에 해당된다. 들여다보면 ‘미스트롯2’를 목요일에 편성하여 ‘사랑의 콜센타’는 35주 연속 목요 예능 시청률 1위라는 따뜻한 아랫목을 내어주고 다시 허허벌판 금요일로 밀렸다. 탑6는 ‘미스트롯2’ 초반 시청률까지 견인해야 하는 임무가 부여된 것이다. 전국에 얼굴을 알려준 성은(聖恩)에 최소한 1년 반은 의무적으로 충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전의 대표적인 사례로 ‘미스트롯’의 송가인이 있었다. 불과 일 년 반 전만해도 전국순회공연을 앵콜까지 소화하고, 방송인 붐과 ‘뽕따러 가세’를 외치며 목이 다 쉬도록 전국을 누볐던 그다. 지금의 임영웅을 비롯한 미스터 트롯 탑6가 답습하며 그 후유증은 이미 시청률에서 드러나고 있다. ‘사랑의 콜센타’와 ‘뽕숭아학당’은 시청률이 초반에 비해 거의 반 토막이 났다. 방송은 콘텐츠에 팬들이 열광하면 질릴 때 까지 한다. 짐작컨대 이들의 집착은 계약기간 1년 반을 다 채우고 시청률 5% 이하에서 멈출 것이다. 물론 방송 탓만 할 수 없다. 시청률이 보장되면 광고수주가 많아지는데 방송의 특성상 당연하다. 가요계가 경계하는 지점은 다른 곳에 있다. 이미 2020년 하반기 각 방송사들의 화제성이나 실력 있는 오디션 참가자들의 쟁탈전이 치열했다. 앞 다퉈 오디션프로를 생산하면 참가자들의 공급이 수요에 못 미칠 것은 자명하다. 굳이 2009년 Mnet '슈퍼스타 K' 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역대 오디션 프로의 명멸(明滅)을 보며 우려하는 것이다. 모처럼 등장한 오디션스타들을 보호하고 이 열기를 어떻게 기회로 이어 갈 것인가.

가수 스스로의 권리 찾기
방송에서 일시의 붐을 일으킬 수는 있으나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은 소속사와 가수 개인의 몫이다. 오디션 참가자들은 ‘을’의 입장에서 출연 계약서에 서명하고 방송에 참여한다. ‘미스터 트롯’을 예로 들면 출연계약서에 불공정 요소가 많지만 그 중 하나가 방송국에서 지정하는 대행사에 1년 반 동안 우선적인 매니지먼트 권한을 주는 조항이다. TV조선은 광고 수익을, 대행사 [뉴에라프로젝트]와 [쇼플레이]는 음반, 음원 수익과 공연 수익을 나눠 가진다. 그리고 가수들은 각자 원소속사가 있다. 쉼 없는 일정으로 신곡을 발표하고 인기를 관리하며 개인 연마를 할 시간이 없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된 이들은 노래 외에는 가요계의 생리를 학습할 기회가 없다. 그러므로 오디션 출신 신인들은 소속사 선정에도 신중해야 한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하는 것이 전속계약 행위이다. 이미 지난 ‘미스터 트롯’의 김호중 사례에서 그 폐해를 경험했다. 가요계 공익단체들의 도움을 받고 법률가들의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작년 ‘미스트롯’에서 소속 가수를 혹사시키며 자기 주머니 채우기만 급급한 몰상식한 기획사대표를 이미 보지 않았는가. 그리고 오디션 출신 가수들은 지금의 인기를 발판으로 반드시 본인 히트 곡을 생산해야 한다. 언제까지 커버 송을 부르며 탑6가 함께 몰려다닐 수 없다. 결국은 홀로서기가 시작 되고 인기가수의 척도와 진정한 서열이 개런티라는 이름으로 나타날 것이다. 대중들의 기호는 냉정하고 수시로 변한다. 또 다른 스타들이 탄생하면 바로 옮겨간다. 대중가요의 특성이고 대중가수의 운명이다. 벌써 오디션에 참가한 또 다른 예비스타들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었다.

오디션 출연, 기성가수들의 탄식을 희망으로
가요계의 현실은 어떤가. “지금 오디션프로 아니면 이름을 알릴 방법이 없습니다.” 이 바닥에서 꽤나 이름을 알린 한 트롯스타의 오디션 참가의 변(辯)이 귓가에 맴돈다. 그리고 해당 방송사는 화면에 큼지막하게 자막으로 처리하는 배포를 보인다. ‘현역가수라 해도 무늬만 현역가수이지 사람들은 아무도 모릅니다.’ 방송의 위력은 참으로 대단한가 보다. 이들은 가수 지망생인 아마추어나 가수후배들과 경쟁하며 자칫 잃을 것이 더 많은 가수들이다. 오디션에 참가한 김양, 박혜신, 진해성, 설하윤 등 기존 트롯시장의 준(準) 스타들의 형편이 이를진데 다른 무명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이 시대 모든 비인기 트롯가수들의 현실이자 과소비와 갈증이 급격히 기울어져 공존하는 가요계의 현주소다. 인기 트롯가수들도 마찬가지이다. 기성가수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척박한 토양인 것이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헛되이 소비하지 말고 붐업으로 연결시켜 트롯장르의 국내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트롯은 팝, 록, 포크, 발라드는 물론 국악과 클래식까지 모든 장르의 음악과 소통하며 공유한다. 마치 물병의 형태에 따라 모양은 변하지만 물 자체의 본질은 그대로 있는 것과 같다. 트롯은 시대를 초월하여 사회적 현상에 반응하며 전 국민과 애환을 함께한다. 적어도 대한민국에 음악이 존재하는 한 트롯의 힘이자 정체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방송프로 음악오디션은 일종의 음악을 소비하는 과정이다. TV조선 트롯 오디션 시리즈에서는 ‘세상이 트롯으로 물든다’ 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 세웠다. 석양(夕陽)이 아닌 여명(黎明)이기를 간절히 바라며 모든 참가자들의 오디션 여정(旅程)에 행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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