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통트로트 신사 나성웅 "이 시대의 영원한 오빠"

김원찬 전문기자 승인 2020.12.31 01:42 | 최종 수정 2020.12.31 02:46 의견 0

대한민국 정통트로트 신사 나성웅

나성웅. 그는 우리나라에서 드문 정통 트로트를 노래하는 가수이다. 그를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한 녹음실에서 만났다. 역대 남자가수 중 정통트로트를 부르는 대표가수를 꼽으라면 배호와 나훈아를 빼 놓을 수 없다. 나성웅은 이 두 사람의 보컬 톤을 장착하고 노래한다. 목소리는 예스럽고 서민적이지만 깨끗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그의 이력은 특이하다.

2001년 ‘나훈아 전국모창대회’와 2004년 ‘배호전국모창대회’에서 당당히 대상을 수상했다. 이 정도면 정통 트로트가수로 손색이 없다. 이후, 2005년 ‘대한민국독도창작가요제’ 에서도 창작곡 ‘독도사랑’으로 대상을 수상하며 정통가요 중심의 가요제를 평정한다.


2005년 배호기념사업회 특별 기념 옴니버스음반에 그의 노래 ‘으라차차’가 수록되는 계기로 같은 해에 1집 독집앨범을 발표하며 기성 가요계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독도사랑’ ‘으라차차’ ‘사랑의 그림자’ ’나그네길’ ‘연인이여 돌아와요‘ ‘내 사랑 어디 갔나’ ’내 고향’ ‘영심이‘ 등 이상 8곡이다. 당시 가요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전(全)곡을 신곡으로 채워 독집 앨범의 형태를 갖췄다.

그 후, 2007년 2집 앨범 타이틀곡 ‘사랑하는 그대’와 ‘못 잊을 당신’, 2009년 3집 앨범 ‘밤비야’, ‘때늦은 후회’, ‘단 하루라도’ 등을 발표하며 꾸준히 리코딩가수로서 가요계 경력을 쌓아간다. 그동안 발표한 그의 노래 중에는 비브라토를 자제하면서도 트롯의 맛을 제대로 살려 낸 ‘밤비야’와 기교를 빼고 담백하게 부른 슬로우 리듬의 팝 가요 ‘사랑의 그림자’ 등이 눈에 띤다. 7080세대의 아련한 추억을 멜로디에 담아 현대에 녹여낸 그의 레트로 풍 가창이 돋보인다.

가수 나성웅, 4집 정규음반 ‘노란우산’ ’천안 역 삼거리‘ 로 활동 중
2018년에 발표한 4집 정규음반은 가수 나성웅 음악의 중간 정산 의미가 있다. 신곡 ‘노란우산’ (고경환 작사·곡)과 ’천안역 삼거리‘(민경교 사, 김성봉 곡)를 더블 타이틀로 하여 이전 발표 곡을 포함 11곡 모두 본인 노래로 채웠다. 앨범 완성도를 위한 그의 정성은 앨범 참가자의 크래딧에서 엿볼 수 있다.

현악과 국악기를 포함, 대중가요 최고의 세션 팀이 참여하는 등 앨범에 많은 공을 들였다 좀 으스댄다면 배수연(드럼), 신현권(베이스), 기타 (박광민, 김광석), 키보드(최승찬), 색소폰(김원용), 트럼펫(김동화) 등은 라인업 자체만으로도 우리나라 리코딩 세션 분야의 국가대표팀이다. 타이틀곡 ‘노란우산’은 과하지 않는 비브라토와 밴딩으로 트롯의 맛을 현대적으로 살려 냈다.

배호 음색의 특·장점을 잘 살린 ‘천안역 삼거리’는 그가 태어나서 자란 고향을 노래했다. 꺾기 창법을 빼고 단순하게 노래한 ‘못 있을 당신’, 흥겨운 디스코트롯 리듬의 ‘밤비야’등 그는 노래마다 발성과 창법을 달리하며 트롯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색깔을 표현했다. 그리고 그가 지금까지 부른 대부분의 곡들은 뮤직비디오 형식을 빌려 영상으로 남겼다. 대표적으로 ‘나그네 길’ 뮤직비디오는 연출과 영상미가 곡 해석과 잘 어울린다. 나성웅은 공연무대에서 아우라가 넘친다. 항상 싱글벙글한 얼굴이지만 노래가 시작되면 감정을 집중하는 모습이 멋스럽다. 전국의 축제행사와 음악 케이블 TV을 통한 방송활동 등 코로나 발생 전까지는 스케줄은 빈틈이 없었다.

사회봉사 선행가수 나성웅
사할린 교포 위문공연, 정신지체 요양원 공연 등 그는 1천회가 넘는 사회봉사활동은 해왔다. 나성웅의 생활화된 불우 이웃돕기는 가수를 하는 또 다른 이유이자 그의 삶에 빼놓을 수 없는 가치가 되었다. “저가 오지랖이 넓어서 남의 어려운 일을 그냥 못 지나가요.”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영향으로 몸에 밴 습관이라며 겸연쩍게 웃는다. 그러고 보면 그는 참 선한 상(相)이다. 기자가 20년 가까이 알고 지내며 화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또한 그는 특이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학창시절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던 그가 뒤늦게 2008년 한국문학정신사 공모를 통해 창작 시 ‘미족의 오성’으로 시인으로 등단한다. 그의 시인으로서의 필력은 1집 신곡 ‘나그네길’ 가사를 직접 쓰며 발휘된다. 나성웅은 충남 천안 출신이다. 이미 부모님이 별세하셔서 고향집은 폐가로 남아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어려서부터 노래를 유독 좋아했고 나훈아의 노래에 심취하여 라디오를 끼고 살았던 기억이 난다”며 “커서는 주위의 권유로 지역 콩쿨대회는 휩쓸고 다녔다” 고 회상한다. 그가 노랫말을 쓴 ‘나그네길’을 들으면 고향에 대한 그의 심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왜 이렇게 잊을 수 없나 두고 온 내 고향을 / 내 고향엔 아카시아 꽃 곱게 피어있겠지 /
흰 구름 나그네 내 마음을 끝없이 따라 오는가 / 갈 곳 없는 나그네길 고향 찾아 나는 가네‘

당시의 그의 심정이 이입된다. 폐허가 된 고향집과 그리운 고향땅. 느린 템포에 실어 처연하게 노래한 고향에 대한 짙은 향수를 가사에 담아냈다. 이제 중년의 한복판을 걷고 있는 그의 남아있는 꿈은 무엇일까. 그의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자신을 지탱하는 인생의 두 축 은 봉사와 노래’라며 망설임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타고난 선한 인성과 백치미는 어쩔 수 없나보다. 결국은 지난 세월 자신의 인생을 관통하는 단어는 고향과 노래 그리고 봉사였다. 지금은 사랑하는 아내와 오순도순 살고 있다는 그의 순수함과 열정에 응원을 보낸다.
(김원찬 전문기자) 문화컨설턴트, 칼럼리스트

저작권자 ⓒ 대한가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