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골목과 물결, 벽돌과 유리가 금요일 밤 멜로의 온도를 바꾼다. 인천광역시 영상위원회가 JTBC 금요드라마 ‘마이 유스’(주연 송중기·천우희)의 제작을 ‘킬러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으로 지원하며, 주요 장면을 인천 전역에서 촬영해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 단순 배경이 아니라 서사를 움직이는 로케이션으로 인천을 노출해 시민에게는 친숙함을, 시청자에게는 새로운 여행의 동선을 제안한다는 구상이다.
‘마이 유스’는 남들보다 늦게 평범한 삶을 시작한 선우해(송중기)와 뜻하지 않게 첫사랑의 평온을 흔들게 되는 성제연(천우희)의 감정을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는 구성으로 그려낸 감성 로맨스다. 10대의 설렘부터 30대의 재회까지 두 사람의 시간이 오가는 내러티브는, 장소의 질감—종이의 냄새, 물결의 반사, 벽돌의 색—을 만나 더 깊은 밀도를 얻는다.
이미 지난 12일 방송된 3부에서는 배다리 헌책방 거리 ‘한미서점’이 극 중 양자경(이진희)의 서점으로 첫 노출돼 눈길을 끌었다. 낮은 조도와 오래된 책등이 만든 공기감은 인물의 기억을 여는 장치가 되었고,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가 공간의 디테일과 맞물려 장면을 단단히 붙들었다. 이어지는 회차에서는 송도 센트럴파크, 청라호수공원, 개항장거리, 상상플랫폼 등 인천을 대표하는 수변·근대거리·산업문화 공간이 차례로 등장할 예정이다. 유리와 수면, 벽돌과 철골이 서로 다른 감정의 결을 제공하면서 재회·갈등·고백 같은 서사의 리듬을 바꿀 전망이다.
인천영상위원회는 제작비 일부를 매칭 지원하고, 현장 촬영 시 행정 협조·로케이션 컨설팅·시민 안내 등을 병행해 촬영의 완성도와 시민 편의를 함께 챙긴다. 이광훈 운영위원장은 “‘마이 유스’ 속 인천이 시청자에게 오래 남는 이미지가 되길 바란다”며 “드라마·영화·예능 등 다양한 제작 지원을 통해 인천의 매력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지역 관광·상권 활성화로 선순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지역 문화계도 기대를 걸고 있다. 배다리 일대 헌책방과 카페, 개항장거리의 역사문화 상점가, 송도·청라 수변상권은 이른바 ‘셋-젯팅(set-jetting) 수요—드라마 촬영지를 따라 걷는 여행—의 직간접 효과를 기대한다. 특히 책방·전시·산책이 한데 엮인 배다리와, 수로·브릿지·야간 조명이 조화를 이루는 센트럴파크는 도보 동선형 방문에 적합해 주말 가족·연인 단위 유입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시민의 일상과 공존하는 촬영 문화다. 인천영상위원회는 제작사와 함께 소음·교통 통제가 필요한 구간은 사전 공지·현장 안내 인력을 배치하고, 지역 상인회와 소통해 촬영 전후 불편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드라마의 성공이 곧 도시의 성공으로 이어지려면, 스크린의 반짝임만큼 현장 매너와 지역 존중이 탄탄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마이 유스’는 결국 사람과 장소가 서로를 비추는 이야기다. 배다리의 책등, 송도의 물빛, 개항장의 벽돌, 상상플랫폼의 철골 위에 두 주인공의 시간이 겹쳐질 때, 인천은 배경을 넘어 서사를 움직이는 힘이 된다. 금요일 밤, 드라마가 끝나고도 남는 잔상—서점의 종이 냄새와 수면의 흔들림—이 다시 인천의 거리로 관객을 불러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