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純情)을 노래하는, 트롯 디바 주연하

고향노래 [주상절리 파도소리길] 로 인기몰이 중 

한국 가요사(史) 100년, 대표 트롯가요 120곡을 부르다

엄주희 기자 승인 2020.11.12 10:39 의견 0
순정(純情)을 노래하는, 트롯 디바 주연하


요즘, 가수 주연하의 노래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이 곳곳에 울려 퍼지고 있다. 노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가수 주연하. 그녀를 만났다.

주연하의 고향 경주, 가수가 꿈이었던 시절
"저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경북 경주시 양남면에 위치한 고요한 농어촌입니다. 앞바다에 ‘주상절리’가 있고, 그 파도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작은 마을이지요. 아버지는 생전에 배 선주(船主)를 하셨고, 어머니는 신기(神氣)가 오셔서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보이시기도 한 걸 기억해요. 어릴 적 마을 앞은 넓고 푸른 바다가 있었고, 저에게 여름이 되면 수영하며 놀 수 있는 놀이터였어요. 마을 뒤로는 들판과, 또 그 뒤로는 야트막한 산들이 있는데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여름엔 개구리 울음소리도 멜로디처럼 들렸던 곳입니다.“ 그녀의 설명은 마치 한 폭의 풍경화처럼 눈에 선하게 다가온다. 취재하는 기자조차 상념에 젖게 했다. 아련하게 회상하는 그녀의 모습은 이미 애틋하고 순수한 소녀시절로 돌아가 있었다. 이런 여린 감성과 고향의 정취가 그녀가 노래하는 사람이 되는 밑거름이 되었으리라.

그녀의 얘기는 계속 이어졌다.
“초등학교 때부터 바닷가에 나가서 파도소리에 장단 맞춰 늘 노래를 불렀는데 그 곳이 바로 주상절리 앞 바다였어요. 솥뚜껑을 두들기며 노래를 부르다가 어머니께 야단도 많이 맞았던 기억도 나 구요. 언제부턴가 가수의 꿈을 품게 되면서 1년에 한번 가설극장이 들어오면 영화도 보고, 동네 유일한 무대인 콩쿨 대회는 초등학교 때부터 빠지지 않고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학교 선생님의 단속을 피해 다닌 걸 떠올리면 절로 웃음이 나요”

당대 최고의 가수 이미자의 노래 [울어라 열풍아]가 집집마다 설치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고, 그 노래가 심장을 들썩이게 했다는 그녀. 유년시절에는 공부 보다는 노래에 더 큰 꿈을 두었지만, 집안에서 아무도 자신의 소질을 알아주지 않았고, 어린 나이에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노래를 흥얼거리며, 꼭 가수가 되겠다고 다짐하며 살아온 안타까운 시절이었다고 했다.

드디어 가수로 세상에 나서다
결혼 후에는 남편조차 노래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지만, 가수의 꿈을 포기 할 수 없었던 그녀는 2008년 8월 광복 60주년 ‘TBC 교통방송 노래자랑’ 본선에 진출하며 실력을 알렸다. 같은 해 11월 'KBS-TV 도전 주부가요스타' 대상을 수상하며, 출전을 계기로 작곡가 김준규 선생과 인연이 되어 2010년12월 정규 1집 앨범 [MY STORY]를 발표하게 된다. 돌이켜 보면 그녀의 노래인생을 관통하는 두 사람의 음악인이 있었다. 한사람은 그녀를 데뷔시킨 작곡가 김준규 선생, 다른 한사람은 그녀와 같은 고향 출신의 위대한 작사가 정귀문 선생이다. 그녀는 두 명인(名人)을 만난 아름다운 인연으로 힘든 가요계에서 바른 길을 걸었을 수 있다. 각자 작곡·작사분야에서 걸출한 업적을 남긴 두 분 선생을 모신 것은 행운이었다. 더군다나 두 사람은 서로 음악동지이자 친구 아닌가.

알다시피, 작곡가 김준규 선생은 가수 주현미와 메들리음반 [쌍쌍 파티]를 제작하여 공전의 히트를 시킨 장본인이며, 진송남의 [잘있거라 고향이여] [오 님아], 남진의 [그대여 변치마오] [이슬비], 이은하의 [님 마중] [안오면 싫어] [그 어느날 밤] 등으로 1970년대 가요계를 풍미했던 노래하는 작곡가다. 작사가 고(故) 정귀문 선생은 1968년 작사가로 데뷔한 이후 50여 년 간 고향인 경주에서 작품 활동을 하며 평생 고향을 지켰다. 대중가요 1천여 곡을 작사했고 암(癌)과 투병하던 중 올해 8월 별세했다. 대표곡으로 조미미의 [바다가 육지라면] 배호의 [마지막 잎새] 김미성의 [먼 훗날] 등이 있다.

현 가요계 제작환경은 정규음반이라는 개념이 사라졌다. 유행처럼 한 두곡을 녹음하여 싱글음반을 내는 것이 대세다. 엄격히 말하면 요즘 만들어 지는 음반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전집(全集)개념은 아니다. 가수 주연하는 스스로 어려운 길을 택해 완성된 가수가 되고자 했다. 모든 노래를 신곡으로 앨범을 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예산도 예산이지만 각 곡(曲)의 완성도와 가창력, 연습시간 등을 고려할 때 높은 집중력과 실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15곡 전(全)곡을 신곡으로 담은 그녀의 1집 앨범은 작품성과 앨범 완성도가 뛰어나다. 작곡가 김준규 선생의 작품 특색이 잘 드러난, 타이틀곡 [바쁘다 바뻐] [사랑은 부메랑]을 포함하여 [미워라 미워라] [마지막 남자] 등의 곡 해석과 리듬감은 그녀의 장점을 잘 보여준다. 옅은 비음이 섞인 고음부에서는 정통트롯의 매력이 돋보인다. 타고난 목소리에 애틋하게 풀어내는 가사표현력은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고향노래 [주상절리 파도소리길] 로 인기몰이 중
2016년 발표한 2집 앨범 타이틀곡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은 고향 경주 양남에 있는 주상절리를 알리는 노래로 그녀와 같은 고향 출신인 정귀문 선생 작사, 김준규 선생 작곡이다. 지금은 정귀문선생의 유작(遺作)이 된 유일한 고향노래이다. 이 노래는 주상절리가 천년기념물로 지정된 기념일에 발표하여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오랜 세월이 겹겹이 쌓인 아름다운 주상절리. 여러 가지 모양의 주상절리가 모여 있는 경주 양남 ‘주상절리군(群)’은 세계적으로 드문 부채꼴 형상의 특징을 띄며 2012년 9월 천연기념물 제536호 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정귀문 선생님이 올해 8월에 고인이 되셨어요. 너무 안타까워요. 평소 주상절리에 노래비를 세우려고 애 쓰셨는데... 하루빨리 노래비가 세워져서 평소 고향을 사랑하셨던 선생님의 넋을 기렸으면 좋겠어요.“ 그녀의 소망이기도 했다. 이 노래를 부를 때 마다 고인생각이 많이 난다는 그녀. 요즘은 [주상절리 파도소리길] 노래 홍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많은 분들이 불러주시고 칭찬해주셔서 즐겁게 노래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 가요사(史) 100년, 대표 트롯가요 120곡을 부르다
이 뿐만 아니다. 부지런하고 노래에 대한 갈증이 많은 그녀는 트롯 팬들을 위하여 김준규 선생과 콤비를 이뤄 메들리음반 두 장을 냈다. 2014년 발표한 [노래 실은 유람선 쌍쌍 메들리 1집]과 2018년 같은 앨범 명(名)의 메들리 2집을 발표했다. 트롯 1세대 대표 명창 남인수부터 완성형 트롯 디바 주현미까지 주옥같은 옛 가요를 각각 40곡씩 2-CD에 담았다. 이 음반은 전국 고속도로 도매상과 중국 등에 보급되어 여전히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나 더 있다. 같은 시기인 2018년 재미교포 케니김과 함께 이번에는 [붉은 입술] [항구의 남자] [보약같은 친구] [보릿고개] 등 근래의 히트 노래 40곡을 불러 메들리 음반으로 발표했다. 대한민국 대표 트롯 노래를 이 정도로 망라할 수준이면 가창 실력은 보증수표 일 것이다.


인성과 실력을 고루 갖춘 트롯 디바 주연하
코로나19의 힘든 시기 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TV, 라디오와 유튜브 등을 통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고향 분들의 따뜻한 응원과 격려, 그녀의 노래를 사랑하는 전국 팬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그녀와 인터뷰하며 따뜻한 성품과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 어느 분야든 인성은 실력에 우선한다. 그래야 가슴에서 우러나는 노래를 부를 수 있다. 그녀는 두 가지를 다 갖춘 아주 매력적인 음악인이었다. 앞으로도 소중한 인생의 가치와 토양이 된 노래와 가슴 아린 고향. 그리고 순정(純情)의 감성을 잊지 마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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