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그룹사운드의 전설 "훈이와 슈퍼스타" [오라리오] "again"

"김훈 배드민턴 대부로 살다 가수로 제2의 전성기 맞다"

엄주희 기자 승인 2020.11.11 01:10 | 최종 수정 2020.11.11 01:16 의견 0
가수 김훈


전설의 그룹사운드 ‘훈이와 슈퍼스타’ 그리고 히트곡 ‘오라리오’의 탄생

대한민국 그룹사운드 살아있는 전설 ‘훈이와 슈퍼스타’

훤칠한 키와 미남 8인의 완전체 공연은 당시 장안의 다운타운에서 최고의 인기였다. 리더보컬 김훈을 가요신문사 근처 중국집에서 술 한 잔을 앞에 놓고 만났다. 친화력과 호방함은 그대로였으나 당시 꽃 미남 얼굴은 중후한 중년으로 변해 있었다.

1981년 히트곡 ‘오라리오’ (이백천 작사, 이현섭 작곡)는 절묘한 궁합의 작품이다. 여리고 섬세한 글발의 이백천 대중가요평론가는 당시 통기타음악의 대부였다. 그 서정적 노랫말에 ‘옛시인의 노래’ ‘어디쯤 가고 있을까’ 등 주옥같은 노래의 작곡가 이현섭의 멜로디가 얹혔으니 히트가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순수한 우리 옛말 ‘오십시오’란 뜻의 이 노래는 당시 오아시스레코드에서 발매하여 50만장 이상의 판매고와 1984년 KBS가요대상 록그룹부문상 수상을 안겼다.

슈퍼스타의 리더보컬 ‘김훈’은 누구인가.

당시 미8군 출신 오리지널 멤버로 다운타운에서 뛰어난 가창력과 외모로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하던 그를 가요계에서 그냥 놔두지 않았다. 김훈은 물론, 그가 이끄는 ‘슈퍼스타’는 준수한 외모에 연주와 가창실력은 물론 화음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음악성으로 독보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무겐, 해피타운, 닐바나 등 당시 서울시내 최고의 업소에서의 공연은 입소문을 통해 오아시스 손진석사장이 직접 연주장을 찾아 그를 스카우트하기에 이르렀다. 음악다방 DJ들이 자발적으로 홍보에 나섰고 대학교 교내방송에서 건전가요로 소개 될 만큼 발매 당시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당시 TV에 출연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풍조 때문에 그는 본의 아니게 얼굴 없는 가수가 되었다. 지금도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다운타운 그룹사운드 마지막 전성기

197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국내 그룹사운드들이 다운타운에서 마지막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신중현과 엽전들] [라스트찬스] [히식스] [윤항기의 키브러더스] [사랑과 평화] [조용필과 그림자] [영사운드] [딕훼미리] [데블스] [템페스트] [임종임과 와일드캣츠] 등이 그들이다. 부산에서 1세대 그룹사운드 ‘신중현과 엽전들’과 나이트클럽에서 서로 경쟁하며 업소공연이 끝난 후 부산 광안리바닷가에서 신중현과 소주잔을 기울이던 시절이 그립다고 했다.

1980년대 후반 그들의 음반제작과 매니지먼트를 맡았던 ‘현이와 덕이’ 가 1년 사이로 요절하게 된다. 장덕이 사망했을 때는 장례위원장을 맡아 직접 염(殮)을 하였을 정도로 각별했던 그는 충격으로 그룹은 해체되고, 홀로 독일로 떠나 약 20년 동안 교민들을 대상으로 가수활동을 하며 연명한다.

또 다른 이력, 배드민턴계의 유명인사

2010년 귀국하여 우연한 기회에 당시 한국배드민턴협회 회장의 권유로 생활체육인으로 변신한다.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 ‘K스포츠’ 케이블 TV 회장, 서울시 배드민턴체육회 수석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생활체육인으로서의 그의 배드민턴 실력도 뛰어나 1년 만에 실력이 일취월장하며 단번에 C급에서 A급대회로 올라가는 소질을 보였다. 국제생활체육배드민턴 대회 한국대표로 출전하여 남자복식과 혼합복식 2관왕에 오르는 등 집 거실에는 100여개의 메달이 자랑스럽게 장식되어 있다. 지금도 홍보대사를 맡아 왕성한 활동을 하며 배드민턴 계에서는 최고의 유명인사다. 그렇다고 그가 음악계를 소홀히 한 것은 아니다.

전국 배드민턴대회 중계방송
배드민턴 국가대표 이용대 선수와


21세기, 그룹사운드의 부활을 외치다

2019년 5월 [사랑과 평화] [장계현과 템페스트] [유영춘과 영사운드] 등이 출연한 인사동 ‘인사아트홀’ 합동공연을 시작으로, 올해 2월 [조커스] [쇼 밴드25시] [이천행과 딕훼미리] 등 추억의 멤버들이 총출동한 [그룹사운드 르네상스콘서트]를 직접 기획, 제작했다. 밤 공연 임에도 KBS 본관 공개홀에는 팬들이 줄을 서며 성황을 이루었다. 디지털음악으로 소외된 선배연주인들을 위로하고 그룹사운드의 부활을 모색하는 뜻 깊은 공연이었지만 늘 적자였다. 자비로 충당하며 묵묵히 실천하는 그에게서 그룹사운드의 미래를 기대케 한다.

지금도 ‘K-SPORTS TV’와 ‘KBS 청춘음악회’ 방송 진행자로 활동 중인 그가 올해는 그룹사운드 등 가요인들을 위해 8억7천만원 상당의 개인 아파트를 처분하여 12월 K-POP 한국가요 채널 개국 준비에 한창이다. 공연 준비소식도 있다. 코로나사태가 어느 정도 안정되면 올해 말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그룹사운드 전체의 축제를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그룹사운드에 대한 애정과 음악동료들에 대한 우정은 거의 신념수준이었다. ‘그룹사운드 음악인들은 거짓이나 가식이 없고 위계질서가 엄격하다’며 선배와 동료음악인들에 대한 한없는 존경심과 자긍심을 드러냈다.

레전드의 컴백, 김훈 각종 방송프로에서 인기몰이 중

2018년 ‘오라리오’를 디스코버전으로 재녹음 발표하며 가요계에 컴백한 그는 요즘 각 음악방송에서 스카웃 열풍을 일으키며 출연 섭외가 엄청나다. [KBS홀 D“LIVE] [청춘음악회] [7080콘서트] [가요콘서트] [가요TOP10쇼] [베스트가요쇼] [윤경화 쇼! 가요중심] [가요가좋다] [유예진 힛트가요쑈] [정다운 우리가요] [전국가요 스타쇼] [쇼 전국일주] [원더풀 내고향] 등 전국의 일정을 소화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지금도 그는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으로 움직이는 종합병원이다. 다행히 그는 긍정적이고 활동적인 성격과 운동과 음악을 향한 열정으로 극복하고 있다. 소주 일곱 병 주량의 떠들썩한 쾌남이지만 유명을 달리한 이남이, 최헌 등 각별했던 삼형제(three brothers) 시절을 얘기할 때는 눈시울을 붉혔다.

그의 옛 추억 무용담 하나

고등학교 3학년 때 태권도 3단을 획득하여 전국체전 대표로 선수생활을 한 그는 밤업소에서 흑기사로 나선다. 동료 뮤지션들을 괴롭히고 출연료를 착취하는 이른바 지역 건달들을 해결하는 일은 늘 그의 몫이었다. 의협심에 어쩔 수 없이 그룹사운드계의 싸움닭이 되며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는 그다. 일 대 일 싸움에서는 저 본적이 없다는 그의 객기서린 무용담을 들으며 슬며시 웃음이 났다. 결국은 음악인이 영업부장, 지배인 역할까지 수행했으니까 꽤나 오지랖이 넓었나 보다. 술자리 인터뷰는 즐겁게 끝났다. 한국가요계 음악 장르간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그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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